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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와 가족치료에 대한 정보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 전환 시도

by 슬기로운 삶의 팁 2025. 5. 13.

1. 가족 안에 깊이 뿌리내린 성역할 고정관념

“남편이 도와줘서 다행이야.”

“엄마니까 당연히 아이를 돌보는 거지.” “남자는 돈 벌고 여자는 집안을 책임진다.” 이런 말들은 너무 익숙해서 무심코 쓰게 되지만, 그 안에는 성별에 따른 역할 고정관념이 깊이 뿌리 내려있습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란 특정 성별이 특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입니다.

가족 내에서는 이 고정관념이 더욱 강력하게 깊게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가장의 무게’를 지고, 어머니는 ‘헌신적인 엄마’로 살아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있습니다.

이런 문화는 겉보기에는 자연스럽지만, 그 속에서 개인은 감정 억제, 과중한 책임감, 불공평한 분업으로 인해 심리적 소진을 겪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고정관념이 가족 내 심리적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점입니다.

어떤 한 사람에게 돌봄이나 책임이 몰리면, 그 관계는 ‘협력’이 아닌 ‘희생’에 기반하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갈등, 억울함, 무기력함이 쌓이게 됩니다.

따라서 오늘날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별이 아닌 역할의 유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성역할 고정관념이 가족에 미치는 영향

성역할 고정관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정체성과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특정 역할을 ‘당연한 의무’처럼 받아들일 때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억압하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예를 들어, 많은 여성은 ‘좋은 엄마’, ‘헌신적인 아내’라는 이상에 부응하려 노력하다 자기 돌봄을 후순위로 미루고 감정 표현을 억제합니다. 그러다 보면 번아웃, 자존감 저하, 우울감 심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가족이 불편해질까 봐 참는다”는 말은 그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반대로, 남성 역시 감정 표현이나 돌봄의 영역에서 배제되며 심리적 소외를 경험하기 쉽습니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아빠는 강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노출된 남성은 가정 안에서 감정을 나누거나,
아이와 깊이 연결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는 자녀와의 유대감 부족, 부부 사이의 심리적 거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역할 고정관념은 가족 내에서 돌봄의 책임을 특정 성별에게만 집중시키고,
정서적 표현이나 역할 자율성을 제한하는 구조를 강화합니다.

이로 인해 ‘가족 안에서조차 나답게 살기 어렵다’는 무언의 피로가 쌓이게 됩니다.

 

3. 돌봄과 책임의 균형을 위한 실천 방법

성역할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돌봄과 책임을 보다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은 실천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첫째, 가족 내 언어 표현부터 점검해보세요.

“남자가 집안일 하면 기특하다”, “도와준다”는 표현은 가사나 육아가 본래 여성의 몫이라는 전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표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바뀝니다.

“같이 한다”, “우리 일이니까”와 같은 언어는 역할을 함께 나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둘째, 감정 표현의 평등성을 인식하세요.

돌봄과 책임에는 감정이 따릅니다. “엄마는 늘 괜찮아야 해”가 아니라,

“엄마도 때로는 지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가족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아빠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가정이 정서적으로 건강한 가족입니다.

셋째, 구체적인 가정 분담 계획을 함께 세우는 시간을 가지세요.

가사, 육아, 부모 돌봄, 경제적 책임 등은 성별이 아닌 개인의 상황과 능력, 감정 상태를 고려해 나눠야 합니다.

가족 회의 형식으로 ‘이번 주 내가 할 수 있는 것’,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솔직하게 나누는 자리는
갈등을 줄이고 친밀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넷째, 아이에게 ‘고정된 역할’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빠가 요리하고, 엄마가 자동차를 고치는 모습처럼 성별과 무관하게 일상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 역시 ‘남자다움’, ‘여자다움’보다는 ‘사람다움’을 배우게 됩니다.

 

4. ‘함께 만드는 가족’, 유연한 역할로 행복해지기

성역할 고정관념을 해체한다는 것은 단순히 역할을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가족 안에서 각자의 자율성과 감정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돌봄’과 ‘책임’은 사랑의 표현이지, 성별로 나뉜 의무가 아닙니다.

누군가만 희생하거나, 누군가만 책임지는 구조는 처음에는 괜찮아 보여도

시간이 흐를수록 불균형을 키우고 관계를 어렵게 만듭니다.

반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감정을 나누며 역할을 조정하는 가족은 유연하면서도 단단합니다.

이제는 가족 안에서의 대화 주제도 달라져야 합니다.

‘누가 더 많이 했는가’가 아니라, ‘각자의 삶은 어떤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가족이 기능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넘어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은 ‘엄마니까’, ‘아빠니까’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가족이니까’라는 것을 바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변화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은 내가 해볼게”, “이건 혼자 하기 벅차니 같이하자”,

“힘들었겠다, 내가 들어줄게” 이런 한마디 한마디가 성역할을 넘어서는 가족의 첫걸음이 됩니다.